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부실한 대응으로 기소된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이 1심에서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무죄를 선고받아, 두 사람의 법적 책임에 대한 엇갈린 판단이 내려졌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배성중)는 9월 30일 오후, 이임재 전 서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금고 3년을 선고했다. 금고형은 교도소에 수감되는 형벌이지만 징역형과는 달리 노역이 부과되지 않는 형벌이다.
이임재 전 서장의 유죄 판결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참사 당시 용산구 치안의 총책임자로서, 다수의 인파가 몰릴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적절한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아 참사를 초래했다는 이유로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피고인은 서울 용산구의 치안 담당자로서 다가오는 참사를 예견하고, 물적 및 인적 자원을 동원하여 대비해야 했으나 안일한 인식으로 인해 대응이 미흡했고, 그 결과 참혹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전 서장의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그리고 위증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현장에 예년보다 많은 경찰력을 배치하고 노력한 점을 감안했고, 이 사건의 범행 사실관계를 인정하며 책임을 통감한 점을 고려했다”며 형량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전 서장은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경찰서장으로서 오랜 기간 성실히 근무했다는 점도 고려돼 형량이 결정되었다고 밝혔다. 재판이 끝난 뒤 이임재 전 서장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짧은 입장을 밝혔고, 유가족들에게 “죄송하고 또 죄송스럽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박희영 구청장의 무죄 판결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핼러윈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은 다수의 인파 유입과 그로 인한 군중 밀집으로 인한 것”이라며 “사고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은 다수의 인파를 통제하고 군중을 분산시키는 조치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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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법원은 “행정기관이 사전에 특정 장소로의 인파 유입을 통제하거나, 군중 밀집을 방지하기 위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했다”며, 박 구청장이 법적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용산구청의 주의 의무는 추상적인 것이지, 이를 구체적으로 박 구청장이 위반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시했다.
핼러윈 참사와 부실 대응 논란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핼러윈 참사로 150여 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당한 가운데, 참사 당일 경찰 및 행정기관의 부실한 대응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수많은 인파가 이태원 골목에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으며, 당시 경찰과 행정기관은 적절한 인파 관리와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과 수사, 재판이 이어졌고, 이임재 전 서장과 박희영 구청장이 주된 책임자로 지목되어 기소되었다. 특히, 경찰의 미흡한 초기 대응과 사건 발생 후의 보고 체계 문제가 도마에 오르며 당시 경찰과 행정기관 간의 책임 소재를 두고 논란이 가중되었다.
재판부의 판단과 법적 쟁점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경찰과 행정기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법적 해석이 달랐다. 재판부는 경찰이 치안 담당자로서 다수 인파가 몰릴 수 있는 상황을 충분히 예측하고 대비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봤으며, 이임재 전 서장은 이에 대한 대응을 소홀히 해 대규모 인명 피해를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박희영 구청장에 대해서는 참사의 원인이 군중 밀집이라는 점에서, 구청장이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특히, 군중을 통제하고 분산시키는 행정적 권한이 없었다는 점에서 박 구청장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번 판결은 핼러윈 참사와 관련된 부실 대응 논란에 대한 첫 법적 판단으로, 향후 다른 관련자들의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