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영풍과 MBK 연합 그리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한 목소리로 “고려아연 주가가 100만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풍의 강성두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고려아연 주식을 75만 원에 사지만 차후 매각할 때 주가가 100만 원을 넘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도 “고려아연의 잠재 가치는 100만 원을 넘고, 120만 원도 가능하다”며 이에 동의하는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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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영권 분쟁의 핵심은 양측이 고려아연의 미래 성장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모펀드 MBK는 영풍과 손을 잡고 주당 75만 원에 고려아연 주식을 공개 매수하고 있으며, 이에 맞서 최 회장은 고려아연 주식을 83만 원에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고려아연의 성장 계획: 2033년 25조 원 매출 목표
고려아연은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으로, 지난해 9조 7천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말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발표한 ‘2033년 매출 25조 원’이라는 청사진은 업계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기존 제련 부문에서 13조 원, 새로운 성장 동력인 배터리 소재, 자원 순환,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12조 2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다.
특히 배터리 소재(2차 전지) 부문에서는 LG화학과 협력해 황산니켈, 전구체, 동박 등의 제품을 판매해 5조 3천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자원 순환 부문에서는 전자 폐기물(E-Waste), 태양광 폐패널, 폐배터리 등을 처리해 6조 원의 매출을 계획하고 있다.
시장과 투자자들의 반응
고려아연의 이러한 청사진은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특히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최윤범 회장의 비전은 많은 기업과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며 “이로 인해 현대차, 한화 등 대기업들도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자사주 맞교환 등을 통해 고려아연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이 실제로 매출 25조 원을 달성할 경우, 그에 따른 영업이익 확장 가능성도 높아진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연간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는 2023년 기준 9,790억 원에서 2026년 1조 4,410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추세라면, 매출 25조 원 달성 시 EBITDA는 2조 원대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EBITDA 2조 원 달성 시, 멀티플 10배에서 12배를 적용할 경우 고려아연의 기업 가치는 약 20조 원에서 24조 원에 달하게 되며, 이에 따라 주가는 현재 주식수 기준으로 100만 원에서 115만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배임 논란과 미래 가치
최 회장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에 대한 배임 논란에 대해 “향후 미래 가치를 고려할 때 결코 높은 가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 매수를 위해 2조 7천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으며, 이에 따라 부채 비율이 기존 36.5%에서 94.4%로 급등하게 된다. 또한, 자사주 소각으로 순자산은 27% 감소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연간 이자 비용만 1,86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영업 외 비용을 증가시켜 EBITDA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향후 투자 여력과 성장성에 대한 우려
고려아연은 향후 5년간 약 14조 원(그중 12조 원은 TD 프로젝트)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자사주 공개 매수로 인해 차입금 부담이 커지면서, 향후 설비 투자(CAPEX)에 제약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MBK 측은 “고려아연의 투자 재원 마련에 어려움이 예상되며, 이는 회사의 성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더라도, 막대한 이자 부담과 신사업 투자 여력의 감소라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이번 분쟁의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반면, MBK와 영풍 연합이 경영권을 차지할 경우, 고려아연의 기존 경영진과 기술자들의 이탈 가능성, 그리고 내부 잡음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승자의 저주’ 피할 수 있을까?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은 향후 회사의 성장과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 측이 경영권을 방어하더라도, 차입금에 따른 이자 부담과 투자 여력 감소는 불가피하며, 영풍과 MBK 연합이 경영권을 가져가더라도 내부의 잡음과 차입금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양측 모두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